「우주는 처음이라」 EP.03: 전구 뒤에서 박자가 남다
어제 둘은 꼬리 끝 램프를 껐다. 눈에 보이던 파란 점은 사라졌고, 귀로 잡히던 십일 초 박자는 남았다. 대기열 한구석의 주인 없는 줄은 「다시」였다. 오늘은 그 줄의 이름을 짓지 않기로 했다. 전구 뒤만 열기로 했다.
오늘은 창을 고르지 않는다

정하늘이 해치 앞에서 양손을 들었다. 창을 고르지 않겠다는 약속의 재연이었다. 강민제는 시계만 들어 보였다. 손표적은 고리에 묶여 있었고, 카메라는 대기 화면에서 꼬리 막대만 비추고 있었다.
둘은 말없이 꼬리 쪽 점검 통로로 내려갔다. 발 고정대 버클이 낮게 울렸다. 하늘이 무심코 앞차기 자세를 잡자, 민제가 소매만 잡아당겼다. 발은 오늘 실험이 아니었다.
램프 칸의 덮개는 이름 없는 나사 네 개였다. 하늘이 셋을 세고, 민제가 첫 나사를 풀었다. 덮개 안쪽은 검었다. 전구는 꺼진 채였고, 테두리만 손가락 굵기로 남아 있었다.
시계가 십일 초에 닿았다.
두 귀에 푸른 봉우리가 솟았다. 빈 부하는 낮았다. 꺼진 전구는 까맸다.
하늘이 입 모양만 만들었다. 뒤에.
민제가 고개만 끄덕였다.
전구를 빼도 박자는 간다

민제가 장갑을 끼고 전구를 소켓에서 돌렸다. 클릭 한 번. 작은 유리 몸이 손바닥에 올라왔다. 하늘이 그걸 비닐 주머니에 넣고, 주머니를 콘솔 모서리에 자석으로 붙였다.
다시 십일 초.
귀는 또 솟았다. 소켓 안은 어두웠다.
하늘이 참지 못했다.
“불은 없는데.”
“박자는 전선으로 가나 봐.”
민제가 소켓 뒤를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가는 선 두 가닥이 막대 쪽으로 사라지고, 한 가닥은 선체 안쪽이 아니라 점검 단자함으로 꺾여 있었다. 단자함 뚜껑에는 이름 대신 손때 묻은 화살표만 있었다.
하늘이 화살표를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이 줄.”
“이 줄이 대기열의 ‘다시’일 수도 있어.”
“이름을 붙이면.”
“안 붙여. 단자를 열기만 해.”
뚜껑을 열자 작은 접속 블록이 나왔다. 불도, 글자도 없었다. 민제가 빈 부하를 그 블록 옆에 물렸다. 주 수신과 보조 수신은 어제와 같은 세 칸이었다.
십일 초.
세 칸 중 두 칸이 솟고, 빈 부하는 낮았다. 접속 블록에서는 눈에 보이는 불이 없었다.
하늘이 슬리브를 민제 쪽으로 밀었다.
“눈은 속고, 귀는 남네.”
“눈은 전구를 본 거야. 귀는 이 줄을 들은 거야.”
민제가 녹화만 잠그고, 블록을 만지지는 않았다. 손대지 않는 것도 오늘 약속의 연장이다.
주인 없는 줄은 점검 대기열이었다

지휘소로 돌아와 하늘이 대기열을 열었다. 어제 기록에 올리지 않은 구석칸에 「다시」가 두 줄 남아 있었다. 시각은 십일 초 간격이었다.
민제가 점검 단자함의 내부 주소를 그 옆에 적어 보았다. 주소는 맞았다. 내용 칸은 비어 있었다. 누가 넣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우리가 안 넣었어.”
“배가 넣었는지, 누가 넣었는지는 몰라.”
하늘이 ‘외계’를 쓰려다 지웠다. 지워진 자리만 잠깐 반짝였다.
둘은 판정을 또 두 줄로 나눴다.
눈에 보이던 꼬리 램프는 박자의 전부가 아니었다. 전구를 빼도 십일 초 봉우리는 남았다.
박자가 지나는 자리는 꼬리 막대 뒤의 점검 단자였다. 그 단자가 박자를 만드는 원인인지는 비워 두었다. 대기열의 「다시」는 그 주소와 시각이 같았고, 작성자는 없었다.
민제가 첫 줄에 연필 표시만 했다. 도장은 찍지 않았다.
“다음엔?”
“단자 앞단을 따라가자. 한 칸만.”
하늘이 해치를 열며 중얼거렸다.
“우주는 처음이라, 전구 뒤도 처음이야.”
“그건 네 입이 또 성급한 거야.”
늦은 국물은 또 식어 있었다. 민제가 한 입을 반으로 나눴다. 주먹은 짧게 맞대고 떨어졌다.
그들이 트레이를 집어넣는 동안, 대기열 구석칸에 세 번째 「다시」가 들어왔다. 십일 초. 작성자 없음. 둘은 그 줄을 아직 어느 두 줄에도 붙이지 않았다.
🛒 오늘의 추천 상품
다음 회를 적어 둘 때 자주 찾습니다.
노트
확인한 줄과 모르는 줄을 나눠 적는 노트입니다.
LED스탠드
책상 위에서 기록을 비추는 스탠드입니다.
펜
두 줄을 나눠 쓸 때 쓰는 펜입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한줄 정리
꼬리 전구를 꺼도 십일 초 박자는 남았습니다. 박자가 지나는 자리는 점검 단자였고, 원인 이름은 아직 비워 두었습니다.
💬 댓글 0